안동김씨(安東金氏)에 대한 개괄적 소개

 

   수옥정

 

 

수옥정

 

병곡면 도천리 도천마을 동쪽 구릉 너머 월암천 변에 있다. 중추원 의관을 지낸 하석기(河錫箕)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내려와 1929년에 지은 정자로, 측면 2칸, 정면 2칸의 팔작집이다. 환우헌(寰宇軒)이라고도 한다.

 

 

수옥정기(漱玉亭記)

 

함양의 병곡은 산이 밝고 물이 맑아 숲과 나무가 무성하며 천석(泉石)이 정숙하고 고요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전과 다름없이 갓을 벗어 걸고자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마을 안에 전날의 의관(議官) 하군(河君) 석기(錫箕)가 살았으니 군(君)이 이르기를, 움집은 기거하는 데 흡족하고 비파와 글은 일생을 즐기는 데 흡족하다고 하였다. 본래 성품이 사람을 사랑하고 사정을 잘 살펴 은혜를 베푸는 데 즐거워하면서 빈궁(貧窮)한 사람을 보면 반드시 전곡(錢穀)을 아낌없이 풍성하게 나눠주어 한 고을에서 삼달(三達)의 높임을 받았었다. 조년(早年)에 처음으로 관직에 나아가 침랑(寢郞)으로부터 추직(樞職) 벼슬에 이르더니 세상이 마음과 어긋남을 보고는 드디어 용퇴(勇退)하여 은거하면서 스스로 호를 송와처사(松窩處士)라 하며, 젊어 보이는 얼굴에 흰머리로 수풀 사이를 거닐면서 한 정자를 위천수의 상류에 지어 그 이름을 수옥정(漱玉亭)이라 하고 그 조카인 재경(在勍)으로 하여금 나에게 기문을 부탁하였다. 나는 그 부탁을 저버리지 못하고 답하여 말하되, 그대가 사는 곳은 산이 수려하고 물이 맑으며 바윗돌이 즐비하고 소나무와 홰나무가 빽빽해서 한번 눈을 돌리면 가히 정자를 이름한뜻을 다 나타내겠는데, 이를 택하지 아니하고 반드시 옥(玉)으로 이름한 것은 그 안으로는 따스한 맑은 옥의 참된 성정과 밖으로는 단단하고 깨끗한 옥의 성질을 취하였음이라. 그대도 모름지기 맑음을 쌓고 굳세고 깨끗한 성품으로 일에 임하기를 맑고 깨끗함으로 하고 사람들을 대하기를 따뜻하고 자애로웠다. 담소하는 풍채가 항상 원만하여 봄바람같이 사람으로 하여금 우러르게 하며, 스스로 마음과 얼굴에 즐거움을 드러낸다. 이 정자의 이름은 이로 말미암은 것이리니 그대의 마음을 스스로 취한 것이라고 하였다. 나 조만(早晩)에 위수의 동쪽을 지날 것이니 수옥정 주인이 기꺼이 봄술(春酒)을 권하면서 그 온화하고 티 없이 순박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얻어 들을지니라.

 

기사(己巳, 1929년) 이른 봄에 전 숭록대부 예조판서 원임(原任) 규장각 제학(提學) 안동인 김종한(金宗漢) 지음.